방찬이 “Ai Se Eu Te Pego”를 부르자, 설명이 필요 없는 함성이 터졌다. 하지만 9월 11일 Rock in Rio가 특별했던 이유는 그 한 소절만이 아니었다. NEXZ의 첫인사부터 화사의 ‘Maria’, Stray Kids의 마지막 무대까지, K-pop과 브라질 팬들이 서로를 알아본 하루였다.

비가 지나간 리우의 오후.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NEXZ가 Palco Mundo에 올랐다. 저녁에는 화사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팬들과 손을 맞댔고, 자정을 넘긴 뒤에는 Stray Kids가 라이브 밴드와 함께 밤을 닫았다.

세 팀은 닮지 않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이날 관객이 만난 건 비슷한 공연 세 개가 아니라, K-pop이 가진 서로 다른 세 가지 표정이었다.

Globoplay 공식 방송 영상 — Stray Kids ‘Hall of Fame’, Rock in Rio 2026

NEXZ, 화사, Stray Kids로 이어진 Rock in Rio 메인 무대 타임라인
9월 11일 메인 무대 예정 시간. ToYouPick이 제작한 설명용 그래픽입니다.

오후 4시 40분, 처음 보는 관객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NEXZ가 맡은 건 큰 페스티벌의 첫 순서였다. 아직 자리가 채워지는 시간, 뒤에 나올 팀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은 무대다. 신인에게는 꽤 긴장되는 자리였을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은 춤만 보여주고 내려가지 않았다. Beat-Boxer, O-RLY?, HARD, LOCO, APPETITE, Mmchk, SAUCIN’을 이어가면서 틈틈이 포르투갈어로 말을 걸었다.

곡이 많지 않아 앙코르에서는 일부 노래를 다시 불렀다. 조금 난처할 수도 있는 순간이 오히려 재미있는 장면이 됐다. 첫 번째 SAUCIN’에서는 NEXZ를 처음 보던 사람도, 두 번째에는 후렴이 어디에서 터지는지 알고 있었다.

낯선 관객이 한 곡 사이에 조금 덜 낯설어지는 것. 첫 무대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었다.

NEXZ 핵심 확인곡 Beat-Boxer · O-RLY? · Simmer · HARD · I’m Him · Want More? One More! · LOCO · APPETITE · Mmchk · SAUCIN’ · Next Zeneration

Globoplay 공식 방송 영상 — NEXZ ‘SAUCIN’’, Rock in Rio 2026

오후 7시, ‘Maria’가 관객의 이름이 된 순간

화사의 공연 전, 화면에는 앞쪽 관객에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나 달라는 안전 안내가 나왔다.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밀집도도 높아진 시간이었다.

잠시 뒤 화사가 라이브 밴드와 함께 등장했다. I Love My Body, TWIT, Maria, Good Goodbye, 그리고 마마무 메들리까지. 넓은 메인 무대를 혼자 채웠지만,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거대한 연출이 아니었다.

화사는 브라질에 ‘Mari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 Maria를 불렀다. 원래는 화사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에 가까운 노래가, 그날만큼은 객석 곳곳의 누군가를 직접 부르는 노래처럼 들렸다.

포르투갈어로 마음을 전하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팬들과 손을 맞댔다. 마지막 Good Goodbye에는 대형 화면에 포르투갈어 문장이 흘렀고, 손에는 브라질 국기가 들려 있었다.

현지어 몇 마디를 외워 온 공연은 많다. 화사의 무대가 따뜻했던 건, 그 말을 노래와 관객의 마음까지 연결했기 때문이다.

화사 확인곡·구간 Chili · I Love My Body · TWIT · Kidding · NA · EGO · Don’t · I’m a B · 마마무 메들리(Décalcomanie·Starry Night·Dingga·HIP) · Maria · So Cute · Good Goodbye

*전체 공식 세트리스트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 목록은 현장 보도에서 곡명과 구간을 교차 확인한 범위다.*

자정 5분, 이미 서로 아는 사이처럼

Stray Kids는 TOPLINE으로 시작해 S-Class, MANIAC, DOMINO, Thunderous, God’s Menu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잘 짜인 군무만 보여주고 끝내지는 않았다.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과 놀고, 말을 건네고, 익숙한 노래도 야외 페스티벌에 맞게 다시 흔들어 놓았다.

라이브 밴드가 붙은 LALALALA의 록 버전은 더 거칠게 들렸다. DIVINE에서는 한복과 갓을 떠올리게 하는 의상, 일월오봉도에서 가져온 듯한 장면이 펼쳐졌다. 브라질의 가장 큰 무대 한가운데 한국적인 색도 자연스럽게 남겼다.

그리고 방찬이 미셸 텔로의 Ai Se Eu Te Pego를 불렀다.

아주 짧은 한 소절이었다. 그런데 객석은 첫 음부터 알아들었다. 방찬이 2025년 브라질 공연에서도 불렀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노래를 준비했어요”라기보다, “우리 작년에 함께 웃었던 거 기억하죠?”에 가까운 순간이었다.

멀리 있는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팬에게 이런 기억은 꽤 크게 다가온다. 내 나라의 노래를 불렀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시 왔고, 지난 만남을 기억하고 있다는 표시이기 때문이다.

다만 열기가 컸다는 말만 남기면 현장의 절반을 놓친다. 더위와 밀집으로 불편을 겪은 관객도 있었고, 방찬은 공연 중 서로의 안전을 먼저 챙겨 달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 보려면, 옆 사람도 함께 괜찮아야 한다.

그날 밤의 노래를 다시 찾고 있다면

Stray Kids Rock in Rio 2026 세트리스트 흐름
공연 후 재구성한 흐름이며 공식 세트리스트가 아닙니다. ToYouPick이 제작한 설명용 그래픽입니다.
  1. TOPLINES-ClassBounce BackMANIAC
  2. DOMINOThunderous → 밴드 구간 → DIVINE
  3. God’s MenuWalkin on WaterChk Chk BoomLALALALA (Rock ver.)
  4. Social Path (Korean ver.) → This & That (Remix) → Side Effects (Remix)
  5. Do It (Festival ver.) → CEREMONYStray KidsAfter You
  6. RUN ITMIROHThis & That (Festival ver.)
  7. Ai Se Eu Te Pego 일부 → Chk Chk Boom (Festival ver.) → Hall of Fame

이 순서는 아티스트가 발표한 공식 목록이 아니다. 공연 직후 갱신된 setlist.fm 기록과 현장 보도를 대조해 재구성했다. 추후 공식 세트리스트나 전체 영상이 공개되면 공식 자료가 우선이다.

이날 남은 건 기록보다 장면이었다

Rock in Rio는 원래 여러 장르가 한 도시에서 만나는 축제다. 9월 11일의 변화는 K-pop 팀이 단순히 출연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NEXZ와 화사가 낮과 저녁을 열고, 브라질 DJ Alok을 지나 Stray Kids가 헤드라이너로 밤을 마쳤다. K-pop이 Palco Mundo 하루의 중심 흐름을 만들었다.

관객도 노래만 들고 오지 않았다. 라이트스틱과 포토카드, 멤버 이름을 담은 옷, 오래 기다리고 함께 응원하는 팬덤의 방식까지 축제 안으로 들어왔다. Folha는 어린 관객과 부모, 처음으로 대형 페스티벌을 경험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도 그 풍경의 일부였다. 이동통신사 TIM은 Stray Kids 공연 중 데이터 사용량이 당시 2026년 대회 단일 공연 최고치였다고 밝혔다. 팬들은 무대를 보는 동시에 기록하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그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의 의미를 ‘K-pop도 인기 있었다’로 끝내기는 아쉽다. 브라질 팬들은 기다리는 관객이 아니라, 세계적인 종합 페스티벌의 풍경을 바꾸는 관객이 됐다. 무대 위 아티스트들도 포르투갈어와 브라질의 노래로 그 마음에 답했다.

NEXZ를 처음 본 사람이 두 번째 후렴을 따라 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처럼 Maria를 듣고, 수만 개의 목소리가 방찬의 짧은 포르투갈어 노래를 완성했다. 숫자보다 오래 남는 건 아마 이런 장면일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불빛과 천천히 걸어 나가는 관객
좋았던 공연이 끝난 뒤의 아쉬움을 표현한 ToYouPick 제작 AI 에디토리얼 이미지입니다. 실제 행사장이나 특정 아티스트를 묘사한 사진이 아닙니다.

다음 Rock in Rio에서 K-pop이 다시 등장할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질문은 이미 달라졌다. 이제는 “K-pop이 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보다, “다음에는 또 어떤 밤을 함께 만들까?”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