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데이를 외국인 친구에게 설명하려면 의외로 말문이 막힌다. 누가 만든 날인지, 연인끼리만 주는 건지, 왜 하필 빼빼로인지. 올해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스트레이 키즈가 이 날을 위한 노래를 냈다.

1990년대 부산에서 시작된 날

흔히 전해지는 이야기는 1990년대 초 부산에서 시작한다. 여학생들이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주고받으며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는 덕담을 나눴다는 것이다. 몇 년 뒤 롯데 경남 지역 영업소는 해마다 같은 날짜에 가게들이 빼빼로를 더 주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롯데는 이 날을 회사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언론도 대체로 학생들이 시작한 문화로 본다. 롯데가 한 일은 이 날을 키운 것이다. 1983년에 나온 빼빼로는 지금 한 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11월 11일을 앞둔 가을에 올린다.

외국인 친구에게 건넬 때

해외에서 11월 11일이라고 하면 중국의 쌍십일(광군제) 쇼핑 행사나 일본의 포키데이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빼빼로를 건넬 때는 한마디만 덧붙이면 된다. 친구, 반 친구, 직장 동료끼리도 가볍게 나누는 날이니 받았다고 고백으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외국인들이 특히 신기해하는 대목은 방향이다.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는 주로 여성이 초콜릿을 주고 남성은 한 달 뒤 화이트데이에 답례하는데, 빼빼로데이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학생은 반 전체에 돌리고, 직장인은 동료 책상에 몇 상자 올려 두고, 연인들은 선물 바구니나 수제 빼빼로까지 준비한다.

2026년 편의점, 외국인은 떡을 집는다

올해 편의점들은 캐릭터를 앞세웠다. CU는 포켓몬, 다마고치와 손잡은 상품을 내놨고, GS25는 자체 캐릭터 무무씨를 밀고 있다. 롯데는 스트레이 키즈와 산리오 캐릭터를 포장에 넣은 한정판을 선보였다.

떡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중앙이코노미뉴스 취재에 따르면 올해는 빼빼로 대신 찹쌀떡 같은 떡 디저트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는 점주들이 있고, 세븐일레븐은 1~9월 외국인 고객의 떡 매출이 80% 늘었다고 밝혔다. 외국인 친구에게 편의점에서 뭘 사면 좋을지 알려 주고 싶다면 한국 편의점 가이드를 보여 줘도 좋다.

스트레이 키즈가 만든 K팝 기념일

스트레이 키즈는 2025년 5월 빼빼로 글로벌 앰배서더가 됐고, 롯데는 2026년 4월 계약을 연장했다. 2026년 9월 10일에는 멤버 한이 작사·작곡한 디지털 싱글 ‘11월 11일’이 나왔다. 해외 팬들에게 빼빼로데이를 알리려고 만든 곡이다.

롯데는 국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2027년 2월 5일까지 인스타그램 이벤트 ‘PLAY WITH PEPERO’도 연다. 빼빼로가 나온 사진이나 영상을 정해진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고, 빼빼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게시물 주소를 내면 된다. 당첨자 111명은 2027년 4월 서울에서 열리는 스트레이 키즈 팬미팅 행사에 초대되고, 1등 11명은 왕복 교통편과 2박 숙박도 받는다. 자세한 조건은 공식 안내를 확인하자.

해외에서도 빼빼로데이 행사가 열린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광고는 11월 15일까지로 올해가 4년째이고, LA 코리아타운과 베트남, 대만, 태국 등에서도 광고와 판촉이 이어진다.

또 하나의 11월 11일

과자 회사가 날짜를 차지한 것을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다.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고, 농림부는 2006년 이날을 가래떡데이로 정했다. 길쭉한 흰 가래떡도 숫자 1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초콜릿 대신 가래떡을 나눠 주는 지자체도 있다. 대부분은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는다. 둘 다 먹는다.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올해는 빼빼로 한 상자에 이 이야기를 같이 건네 보자. 가래떡 하나를 곁들이면 더 좋다.